타임라인
2014.06: 어반베이스 설립
2015: 10억 원 초기 투자 유치
2017: 신한캐피탈 5억 원 투자 (RCPS)
2019: 일본 시장 진출, 니토리·Dentsu 계약
2020: 신세계아이앤씨 등 전략적 투자 유치
2021.08: 한화호텔앤드리조트 130억 원 투자, 기업가치 4,000억 원
2021.10: 코스닥 기술특례상장 추진 발표 (하나금융투자 주관)
2022: 영업손실 82억 원, 누적 적자 심화, IPO 중단
2023.12: 서울회생법원 회생절차 신청
2024.01: 간이회생 개시 결정
2024.06: 원매자 확보 실패, 회생계획안 제출 불가
2024.07: 회생절차 폐지 및 파산 선고
위기
① PMF 미달성 — B2C 시장 수요 창출 실패 및 수익 모델 미성숙
② 부동산 경기 침체와 프롭테크 투자 심리 위축으로 후속 투자 유치 불가
③ 핵심 특허 무효 및 IPO·M&A 엑시트 경로 동시 차단
일대기
프롤로그
어반베이스(Urbanbase). ‘도시(Urban)의 기반(Base)을 쌓는다’는 의미를 담은 이름이다. 건축학을 전공한 하진우 대표가 2014년 6월 창업한 이 스타트업은 2D 도면을 단 몇 초 만에 3D로 자동 변환하는 기술로 프롭테크(부동산+기술)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신세계아이앤씨, 삼성벤처투자 등 국내 최상위 대기업들이 전략적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고, 기업가치는 4,000억 원까지 평가받았다. LG전자·일룸·니토리(일본) 등 50여 개 브랜드와 협업했고, 5개국 특허를 보유하며 코스닥 기술특례상장까지 추진했다.
그러나 2024년 7월, 서울회생법원은 어반베이스에 파산을 선고했다. 설립 10년 만이었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파산 이후 투자사 신한캐피탈이 창업자 하진우 대표의 자택에 가압류를 신청하며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을 뒤흔드는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이 리포트는 하진우 대표의 창업 동기에서부터 기술의 빛나던 시간, 잇따른 선택의 갈림길, 그리고 파산과 그 이후까지의 궤적을 따라가보자.

건축가에서 창업가로, 세월호가 바꾼 길
“도면 앞에서 떠오른 질문”
하진우 대표는 건축학도였다. 설계사무소에서 근무하던 시절, 그는 반복되는 비효율에 눈을 뜨게 됐다. 건축주에게 설계 의도를 전달하기 위해 2D 도면과 스티로폼 모형을 만들고 폐기하기를 반복했다. 고객과의 미스커뮤니케이션으로 소송이 벌어지는 일도 잦았다. 그는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창업의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건설업계에서는 고객과 도면에 대한 미스커뮤니케이션으로 소송이 발생하는 경우가 잦다. 3D로 시뮬레이션하는 툴을 개발해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출처: 뉴시스, 하진우 어반베이스 대표 인터뷰 (2023.01.31)
설계사무소에서 3D 프로그래밍 도입을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투데이 인터뷰에서 그는 ‘단순히 수치를 재고, 거기에 어떤 가구를 놓을지 머리로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3D를 통해 실제 배치된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하면 많은 사람이 이용할 것이라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출처: 이투데이, 2022.05.20)
“세월호 설계도, 창업 동기를 확신으로 바꾸다”
창업 결심을 굳힌 결정적 사건이 있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세월호 내부 구조를 파악하지 못해 해경의 구조 작업이 늦어진다는 뉴스를 들은 하 대표는 행동에 나섰다. 파이낸셜뉴스 인터뷰에서 그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세월호의 3D 모델이 있으면 배의 내부공간을 미리 파악할 수 있을 테고 그렇다면 구조를 더 앞당길 수 있지 않을까.’ 설계도를 자동으로 3D화하는 기술을 연구 중이던 나는 인터넷을 뒤져 세월호의 설계도와 내부 사진을 찾았고 모델링 작업을 마쳐 완성된 파일을 해경에 전달했다. 건축학도로서 도면을 가상현실로 구현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만 했지, 어디에 어떻게 쓰면 좋을지 구체적인 그림이 없었던 나에게 이 기술이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생겼다.”
출처: 파이낸셜뉴스, 하진우 어반베이스 대표 인터뷰 (2018.04.02)
그렇게 어반베이스는 탄생했다. ‘도시(Urban)의 기반(Base)을 쌓는다’는 사명은 단순한 기업명이 아니라, 기술로 더 나은 공간 경험을 만들겠다는 창업자의 철학을 담은 선언이었다. 2014년 6월, 하 대표는 법인을 설립했다.
초기 서비스는 단순했다. 2D 건축도면을 업로드하면 머신러닝 알고리즘이 단 몇 초 만에 3D 입체 공간으로 변환해주는 기술이었다. 플래텀 인터뷰에서 하 대표는 ‘건축가 일을 하면서 3D로 건물 전체를 설계하는 일을 많이 했다. 발주처에 3D 설계 도면을 보내곤 했는데, 건축주 입장에선 예산 및 시공 견적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 인기가 많았다. 이를 창업할 때 접목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기술로 빛난 시간, 대기업들의 선택을 받다
“B2B2C 모델로의 전환: 생존 기술이 된 피벗”
창업 초기 어반베이스는 B2C 서비스에 집중했다. 그러나 사용자는 어떻게 써야 할지 몰랐고 이탈했다. 플래텀 인터뷰 기록에 따르면 초기 마케팅비를 월 1,000만 원씩 지출했지만 사용자 유입은 미미했다. 결국 매출이 없는 상태에서 하 대표는 생존을 위해 B2B 외주로 방향을 틀었다. 수년간 LG전자·퍼시스 등 대기업의 외주 개발을 하며 매출을 쌓았고, 이 과정에서 대기업 고객사들이 기술력을 직접 확인하게 됐다.
이 시기 하 대표는 아주경제 인터뷰에서 ‘직접 세일즈하지 않아도 기업들이 찾아오기 때문에 우리 회사에는 영업사원이 없다’고 밝혔다. LG전자가 일례라는 설명이었다. 소비자들이 매장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어반베이스 기술 도입을 직접 제안하면, 기업들이 이를 받아들여 연락해온다는 방식이었다.
“투자의 서열: 신세계, 한화, 삼성이 줄을 서다”
기술력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쌓이자 투자가 몰려들었다. 2019년 프롭테크 전문 VC 브리즈인베스트먼트와 우미건설이 전략적 투자자로 합류했다. 2020년에는 신세계그룹의 IT 계열사 신세계아이앤씨가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어반베이스의 기술이 부동산 영역을 넘어 유통 산업에서도 소비자 쇼핑 경험을 혁신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이라는 평가에서였다.
2021년 8월, 결정적 투자가 이루어졌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130억 원을 투자하며 어반베이스의 기업가치를 약 4,000억 원으로 책정한 것이다. 양사는 메타버스 생태계 조성을 위한 협업 프로젝트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2021년 10월에는 하나금융투자를 IPO 주관사로 선정하며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을 공식 발표했다. 당시 누적 투자액은 230억 원에 달했다.
이 무렵 하 대표는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성장의 비결을 이렇게 설명했다.
“2014년 창업 당시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로 소비하는 시대가 등장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저희의 생각을 믿어준 분들이 투자하셨다. 특히 재작년에는 AR, VR, 메타버스 붐이 일었고, 그때 마침 어반베이스는 준비된 스타트업이었기에 큰 무리없이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출처: 뉴시스, 하진우 어반베이스 대표 인터뷰 (2023.01.31)
이 시기 어반베이스는 5개국(한국·미국·유럽·일본·중국)에 ‘2차원 도면에 기반한 3차원 자동 입체모델링 방법 및 프로그램’ 특허를 등록하며 기술 독점력을 강화했다. 2019년 일본 법인을 설립하고 가구 대기업 니토리, 세계 최대 광고회사 Dentsu 등에 서비스를 공급하며 글로벌 확장의 가능성도 열었다. B2B SaaS 형태로 국내외 50여 개 브랜드에 솔루션을 공급하며, 과기정통부 장관상도 수상했다.

빛나는 숫자 뒤의 그늘, PMF의 함정
“기업가치 4,000억 원, 그러나 매출은 16억 원”
외부에서 바라본 어반베이스의 성장 곡선은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실제 재무 지표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더벨 보도에 따르면 어반베이스의 연간 매출은 2020년 12억 원, 2021년 14억 원, 2022년 16억 원에 머물렀다. 한화가 기업가치 4,000억 원을 책정하며 투자한 바로 그 해에도 매출은 14억 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적자는 14억 원, 24억 원, 82억 원으로 해마다 확대됐다. (출처: 더벨 2024.01.28, 딜사이트 2023.12.27)
‘기술은 있지만 그 기술로 돈을 버는 방법’을 아직 찾지 못했다는 뜻이었다. 이른바 PMF(Product-Market Fit, 제품-시장 적합성)의 문제였다. B2B SaaS 모델로 전환해 LG전자·일룸·니토리 등 대기업 고객을 확보했지만, 월 매장당 15만 원 수준의 SaaS 구독료로는 수십억 원의 영업손실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B2C 서비스는 회원을 끌어모았지만 유료화 전환에 실패했다. 투자자들이 베팅한 것은 ‘기술의 잠재력’이었지, ‘검증된 수익 모델’이 아니었다.
“IPO로 가는 길: 유일한 엑시트 전략의 위험성”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등 전략적 투자자들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경로는 기본적으로 IPO였다. 어반베이스 역시 2021년 기술특례상장을 공식화했다. 기술특례상장은 수익성이 아닌 기술력으로 증시 입성을 허용하는 제도로, 기술 기반 스타트업의 대표적 엑시트 경로다. 2021년 당시는 메타버스·AR·VR 붐과 맞물려 투자 심리가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였다.
그러나 IPO는 실현되지 않았다. 2022년 10월 레고랜드 사태가 촉발한 부동산 PF 시장의 신용경색이 연쇄적으로 확산됐다. 프롭테크 섹터는 직격탄을 맞았다. 거래액 감소와 인테리어 수요 급랭이 이어지자 어반베이스의 실적 개선 가능성도 멀어졌다. 상장 심사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매출 성장과 적자 축소가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기술특례상장 추진은 사실상 중단됐다.
같은 시기, 경쟁사와의 특허 분쟁도 어반베이스에 치명타를 가했다. 어반베이스는 2021년 1월 동종 스타트업 아키드로우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특허심판원은 2021년 10월 ‘침해 사실 없음’과 함께 어반베이스 특허 자체가 ‘무효’라고 심결했다. 어반베이스가 대법원까지 다퉜지만 2023년 3월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하며 특허 무효가 확정됐다.
‘세계 유일 특허’를 강점으로 내세워온 어반베이스에게 이 핵심 특허의 무효 확정은 치명적이었다. M&A 인수 후보자들이 어반베이스 인수를 검토할 때 남아 있는 특허의 가치가 핵심 기준이 됐는데, 이 특허가 무효화되면서 원매자 확보에 결정적 걸림돌이 됐다.

위기의 연쇄, 회생 신청과 M&A 실패
“2023년 12월: 회생 신청”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자 어반베이스의 자금 사정은 급격히 악화됐다. 신규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던 어반베이스는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딜사이트 보도에 따르면 2023년 12월 19일 어반베이스는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정관 변경 ▲실내건축 공사업 중단 ▲법인회생 신청 등 3개 안건을 처리했다. 이사 수를 ‘3인 이상 7인 이내’에서 ‘1인 이상’으로 축소한 것은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 전환을 의미했다.
주주 93.6%의 동의를 받아 회생 신청서를 제출했다. 서울회생법원 제14부는 2024년 1월 22일 어반베이스에 간이회생 개시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4월 22일까지 회생계획안을 제출하도록 했다. 매각주관사로는 이정회계법인을 선정했다.
“M&A 실패: 원매자가 없었다”
회생의 열쇠는 새 인수자를 찾는 것이었다. 그러나 원매자 확보는 끝내 성사되지 않았다. 더벨 보도에 따르면 업계 관계자는 ‘특허 무효가 되면서 사업 지속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선뜻 매각 의사를 밝히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핵심 특허의 무효 확정, 매출 연 16억 원에 불과한 수익성,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프롭테크 섹터 전반의 투자 심리 위축이 맞물린 결과였다.
4월 22일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이 지나도록 계획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법원은 기한을 5월까지 연장했지만 원매자 부재의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2024년 6월, 서울회생법원 제14부는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채무자의 사업을 청산할 때의 가치가 사업을 계속할 때의 가치보다 크다는 것이 명백히 밝혀졌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2024년 7월, 파산 선고가 내려졌다.

파산 이후: 창업자 집에 걸린 가압류
“신한캐피탈의 소송, 스타트업 생태계를 뒤흔들다”
어반베이스의 이야기는 파산 선고로 끝나지 않았다. 2024년 11월 2일, 하진우 대표는 자신의 소셜미디어(페이스북·미디엄)에 투자사 신한캐피탈과의 법적 분쟁을 공개하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은 스타트업 씬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신한캐피탈은 2017년 11월 29일 어반베이스에 5억 원을 RCPS(상환전환우선주) 방식으로 투자했다. 이 계약서에는 ‘회사가 정상적인 사업 추진이 불가능해진 경우’ 투자자가 주식 상환을 청구할 수 있고, ‘이해관계인(창업자)이 회사와 연대하여 책임을 부담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신한캐피탈은 이 조항을 근거로 투자원금 5억 원에 연복리 15% 이자를 합산한 약 12억 원을 하 대표 개인에게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2024년 9월에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을 통해 하 대표 부부 공동명의 자택에 부동산 가압류까지 신청했다.
하 대표는 자신의 SNS와 이후 인터뷰에서 억울함을 토로했다. 플래텀 보도에 따르면 그는 창업 후 단 한 번도 자신의 주식을 팔거나 사익을 취한 적이 없으며, 투자자와의 신뢰를 유지해왔음을 강조했다. 또한 신한캐피탈이 투자 당시 연대보증이 무의미해질 것이라고 구두로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소송을 제기했다고 주장했다.
“창업자 개인에게 투자금을 배상하라는 연대책임을 물을 수 있는 판례가 생기면 굉장히 큰 파장이 일 것이다. 저는 물론이고 다른 창업가 분들 역시 연대책임에 가압류를 당하고 다시 재기할 수 없는 사회가 돼선 안된다.”
출처: 서울경제, 하진우 어반베이스 전 대표 발언 (2024.11.13)
“법과 생태계 사이의 딜레마”
신한캐피탈의 입장도 나름의 논리가 있었다. 신한캐피탈 관계자는 퍼블릭뉴스 취재에서 ‘어반베이스 투자계약은 연대책임이 금지되기 전인 2017년에 체결됐다. 도의적인 부분만 고려해 책임을 묻지 않으면 형평성 위배나 배임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 감사를 받는 금융권 투자사로서 계약서에 명시된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담당자가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문책을 받을 수 있는 구조이기도 했다.
문제는 법의 사각지대였다. 블로터 보도에 따르면 2018년부터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국책기관은 스타트업 투자 시 창업자 연대보증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규정은 벤처투자조합에만 적용된다. 신한캐피탈은 벤처투자조합이 아닌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신기술사업금융업자이기 때문에 이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았다. 같은 스타트업 투자이지만 투자사의 법적 성격에 따라 창업자 보호 여부가 달라지는 구조적 문제였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스타트업 업계가 들끓었다. 서울경제 보도에 따르면 한 스타트업 CFO는 ‘이미 2018년부터 신용보증기금과 같은 국책 금융기관은 스타트업 투자 창업자 연대보증을 금지하고 있다. 어반베이스 사건을 계기로 창업 의지를 꺾는 사례가 다시 늘어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오영주 장관도 ‘우리나라 스타트업 생태계가 위축되지 않도록 관계 부처와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후 신한캐피탈은 소송 취하 의사를 내비쳤다가 여론이 잠잠해지자 소송을 강행하는 행보를 보였다고 뉴스토마토는 보도했다.

왜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나
“기술 기업의 구조적 딜레마: ‘PMF 없는 성장’의 함정”
어반베이스의 실패는 어느 한 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아니라,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 빠지기 쉬운 구조적 함정에서 비롯됐다.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대기업 투자자들을 유치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기술로 충분한 규모의 시장 수요를 창출하는 데는 끝내 성공하지 못했다.
B2C 서비스(어반베이스 스튜디오)는 많은 이용자를 끌어모았지만 유료화 전환율이 낮았다. B2B SaaS(기업용 3D·AR 솔루션)는 안정적인 매출을 만들었지만 단가가 너무 낮아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결국 연간 매출이 최고 16억 원에 그치는 동안 연간 고정비는 수십억 원을 훌쩍 넘었다. 2022년 영업손실만 82억 원이었다. PMF 검증 없이 대규모 고정비 구조를 유지한 것이 자금 소진을 가속화했다.
“IPO 단일 엑시트 전략의 위험”
어반베이스가 이 구조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IPO(기술특례상장)라는 엑시트 경로가 열려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기술특례상장은 수익성이 아닌 기술력만으로도 증시 입성을 허용하는 제도다. 메타버스 붐이 절정이던 2021년, 이 전략은 충분히 현실적으로 보였다. 하진우 대표도 ZDNet Korea 인터뷰에서 ‘내년이 IPO 목표’라고 자신 있게 밝혔다.
그러나 2022년 레고랜드 사태를 기점으로 환경이 급변했다. 부동산 PF 시장 경색 → 프롭테크 투자 심리 위축 → 실적 개선 불가 → IPO 불가 → 신규 투자 유치 불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형성됐다. IPO라는 단 하나의 엑시트 경로에 의존하는 전략은 외부 환경 변화에 극도로 취약했다.
“특허가 무효화되는 순간”
어반베이스의 또 다른 결정적 패착은 아키드로우와의 특허 분쟁이었다. 어반베이스가 먼저 아키드로우를 특허침해로 소제기했지만, 결과는 역전됐다. 특허심판원(2021년 10월), 특허법원(2022년 11월), 대법원(2023년 3월) 모두 어반베이스의 핵심 특허가 무효라고 판단했다.
‘5개국 특허 보유’는 어반베이스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자 투자자들에게 내세웠던 핵심 자산이었다. 그 특허가 무효로 확정된 순간, M&A 시장에서 어반베이스의 가치는 급격히 하락했다. 특허 없는 기술 기업을 사겠다는 원매자를 찾기가 훨씬 어려워진 것이다.

에필로그
‘어반베이스가 남긴 것들‘
“기술력이 수익 모델을 보장하지 않는다”
어반베이스는 분명 기술력이 있었다. 4,000억 원의 기업가치를 받은 것도, 한화·신세계·삼성 같은 대기업이 투자자로 나선 것도 그 기술력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LG전자, 니토리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협업 파트너로 선택한 것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기술력이 있다는 것과, 그 기술로 지속 가능한 수익을 창출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매출 16억 원, 손실 82억 원의 구조에서 그 간극은 메워지지 않았다.
“단일 엑시트 경로에 의존하는 위험”
‘IPO만 하면 된다’는 전략은 외부 환경이 받쳐줄 때만 유효하다. 어반베이스는 레고랜드 사태와 금리 상승이라는 거시 환경 변화 앞에서 대안 없이 무너졌다. IPO 이외에 M&A나 전략적 파트너십, 수익성 확보를 통한 자생적 성장 경로를 함께 준비하지 않은 것이 치명적이었다.
“핵심 특허의 무게”
기술 기업에게 특허는 기업 가치의 핵심이자 투자자에 대한 약속이다. 어반베이스는 ‘세계 유일 특허’를 외쳤지만, 정작 그 특허의 진보성이 법원에서 부정됐다. 특허 분쟁을 먼저 도발했다가 자사 특허가 무효화되는 역풍을 맞았다. 특허의 가치와 내구성을 과대평가한 것이 M&A 시장에서의 기회마저 닫아버렸다.
“투자 계약서: 작은 글씨의 무게”
어반베이스 파산 이후 불거진 신한캐피탈 연대보증 논쟁은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에 중요한 경고를 남겼다. 투자계약서의 RCPS 조항, 풋옵션, 연대보증 조항은 자금이 필요한 스타트업에게 ‘작은 글씨’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회사가 어려워졌을 때 그 조항은 창업자의 집에 가압류를 걸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2017년 당시 국책기관들이 연대보증을 금지하기 이전의 계약이었지만, 7년 뒤 파산한 창업자에게 그 계약은 여전히 유효했다.
“그리고, 다시 시작을 위하여”
하진우 대표는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창업을 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을 리드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선 남들보다 빠르고 많이 배우고 잠을 덜 자야 한다. 그 숙명에 대해 단단히 각오하지 않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불가산적으로 희생한 것을 보상받으려고 하면 안된다.”
출처: 뉴시스, 하진우 어반베이스 대표 인터뷰 (2023.01.31)
어반베이스의 10년은 기술 하나만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순수한 믿음의 기록이자, 그 믿음이 현실과 부딪혔을 때 어떤 결말을 맞는지를 보여주는 냉혹한 기록이기도 하다. 창업자 한 명의 실패를 넘어,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기술과 수익성, 투자 계약과 창업자 보호, 단일 엑시트 전략의 위험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 사건으로 어반베이스는 오래 기억될 것이다.
[참고자료]
아주경제, ‘하진우 어반베이스 대표 인터뷰 — 글로벌 투자 제의 봇물’ (2019.12.10)
전자신문, ‘하진우 어반베이스 대표 인터뷰 — 언택트 소비 확산, 가구 시장도 예외 없다’ (2020.09.28)
이투데이, ‘[이슈&인물] 하진우 어반베이스 대표 사용자가 꿈꾸던 공간을 현실로 만든다’ (2022.05.20)
뉴시스, ‘홈인테리어에 꽂힌 건축가 — 당신의 상상을 3D로 구현’ (2023.01.31)
파이낸셜뉴스, ‘어반베이스 하진우 대표 3D 공간데이터로 이케아 뛰어 넘겠다’ (2018.04.02)
플래텀, ‘[Startup’s story #302] 세상에 없는 또 하나의 지구를 만드는 것이 목표, 어반베이스 하진우 대표’ (2016.11.13)
전자신문, ‘신세계·한화가 투자한 어반베이스, 코스닥 상장 추진’ (2021.10.19)
ZDNet Korea, ‘어반베이스 몇 초만에 2D도면을 3D로…일본서도 성과’ (2021.10.06)
벤처스퀘어, ‘어반베이스, 신세계아이앤씨 등 4개사로부터 투자 유치’ (2020.04.23)
더벨, ‘한화·신세계 투자 어반베이스, 결국 간이회생 진입’ (2024.01.28)
더벨, ‘한화·신세계 투자 어반베이스, 결국 파산 수순’ (2024.07.10)
딜사이트, ‘한화·신세계 투자한 어반베이스, 회생신청 가닥?’ (2023.12.27)
와우테일, ‘아키드로우, 어반베이스와의 특허무효 소송 최종 승소’ (2023.03.17)
비즈월드, ‘아키드로우, 어반베이스와의 특허무효 소송에서 최종 승소’ (2023.03.17)
서울경제, ‘파산한 창업자 집까지 가압류…투자금 반환 분쟁 격화’ (2024.11.13)
퍼블릭뉴스, ‘신한캐피탈, 파산한 벤처 CEO에 연대보증 소송 논란’ (2024.11.14)
블로터, ‘[안희철의 M&A 나침반] 신한캐피탈의 하진우 대표 상대 소송을 통해 본 창업자 법률책임’ (2024.12.02)
바이라인네트워크, ‘아직도 연대보증이라니, 신한캐피탈 논란’ (2024.11.18)
플래텀, ‘사업 실패의 무게는 창업자만 져야 할까? 투자금 반환 소송 당한 어반베이스 창업자’ (2024.11.19)
뉴스토마토, ‘신한캐피탈, 벤처산업 위축 우려에도 스타트업 소송 강행 논란’
법무법인 별, ‘신한캐피탈-어반베이스 소송 사건을 통해 본 투자계약의 중요성’ (2025.08.20)
THE VC, 어반베이스 기업정보 (https://thevc.kr/urbanbase)